로드테스트

> 리뷰 로드테스트 > 타보면 경험하는 설득력, BMW X3 20 M스포츠 패키지 시승기

타보면 경험하는 설득력, BMW X3 20 M스포츠 패키지 시승기

BMW는 레거시 브랜드 중 단언 성공적인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다. BMW 그룹은 지난 2024년 11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신차 판매량 10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현대 모터 그룹과 대략 3만 대 차이의 근소한 격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들 중 앞서 'I'라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런칭한 바 있다. 다만 테슬라 쇼크 이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 무렵에는 오히려 전용 플랫폼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전동화 겸용 플랫폼을 통해, 빠른 전기차 포트폴리오 확장과 가격 경쟁력을 겸비하게 된다.

그렇게 전기차 시대의 초기 시장을 점유한 BMW는 EV 전용 아키텍처 '노이어 클라쎄' 플랫폼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미래 모빌리티 시대로 도약하고자 한다. 노이어 클라쎄의 첫 번째 모델은 BMW의 현행 IX3를 대체할 예정이다. 한 모델은 이전 세대 CLAR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된 바 있고, 현행 내연기관 X3는 CLAR의 개선형 플랫폼으로 설계된 것이다. 다만 플랫폼을 분리한다 하더라도 ICEV나 BEV 모두 동일선상의 선택지로 간주하는 BMW의 성격은 그대로다. 각각의 이점을 극대화할 뿐, 디자인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X3의 풀체인지는 2024년 2분기에 공개되었다. 앞선 내용처럼 BMW의 섀시 아키텍처 CLAR의 계량형 플랫폼을 채택했고, 전 사양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본화와 인포테이먼트 개선을 주요 변경점으로 했다. 눈에 보이는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디자인이다. X3는 BMW SUV 라인업이 중심이 되는 모델이지만, 휠 아치 가니시가 없는 승용차스러운 디자인을 지닌 점이 특징이었다. 이는 BMW가 오직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했던 'IX'의 스타일링 기법을 따르는 점이며, 미래 전기차 디자인의 방향성을 나타낸 '노이어 클라세 X'컨셉트 카도 동일할 것이다.

시승 차량은 BMW X3 20 xDrive M Sport Package등급이다. 이번 X3 풀체인지부터는 가솔린 사양 뒤에 붙던 'i'라는 표기가 사라진다. 따라서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토크컨버터 변속기, 48V MHEV가 맞물린 표준형 모델이 된다. 기본 X3 20과 대비해 MSP에는 M 스포츠 브레이크가 적용, 그리고 19인치 휠과 어댑티브 LED 헤드 램프를 포함한 익스테리어 패키지, 그리고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을 비롯한 실내 디자인 옵션이 추가되었다. 편의 장비에는 큰 차이가 없다. MSP PRO 등급이 별도로 있는데, 20인치 휠과 하만카돈 오디오 등 옵션이 다르다.

풀체인지를 거쳐 공개된 X3의 디자인은 타 모델처럼 과감한 변화를 보인다. 우선 키드니 그릴의 크기가 더욱 커졌는데, 내부에는 사선형의 패턴이 겹쳐져 더욱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 BMW의 스타일링 기법을 따라 노즈 끝부분이 움푹 파여있는 디자인도 강렬하다. 아이코닉 글로우의 시각적인 효과도 확실해 보인다. 엔젤아이 그래픽은 이전과 동일한 쿼드 타입이지만, 그 형상이 겹쳐지며 더욱 날카로운 인상이다. M 스포츠 패키지의 범퍼는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 면적이 넓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스포티함을 보강해 준다.

측면 디자인이다. 일반적인 SUV와 다르게 플라스틱 언더커버, 특히 휠아치 부분 가니시가 별도로 부착되어 있지 않다. 단지 휠 하우스 상단의 볼륨 라인으로 SUV의 강인함을 표현했다. 이런 스타일링 기법으로 인해 전통적인 SUV의 분위기와는 이질감이 생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것 같다. 벨트라인은 전방부 위치를 최대한 낮추고, 뒤로 갈수록 좁혀지는 형태를 갖추었다. C필러 라인도 나름 쐐기 형태로 디자인하여 역동적인 인상이 있다. 차체 전방부에 무게가 실려있는 디자인은 BMW가 SAC 장르에서 오랜 기간 강조해온 형태와 같다.

M 스포츠 패키지의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는 19인치 휠은 얇고 입체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편평비가 넓은 느낌은 있지만 SUV니 괜찮다. 후면 디자인은 정말 쿠페스러워졌다. 넘버 플레이트를 범퍼 하단부까지 내리고, 테일게이트에 입체적인 굴곡을 부여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수평 형태로 뻗어 나가는 테일램프 역시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M 스포츠 패키지는 범퍼 양측에 구현되어 있는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가 밋밋함을 덜어주고, 머플러 팁은 없지만 거대한 디퓨저가 공격성을 표현해준다.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4.9인치 컨트롤 스크린으로 구성된 곡면 디스플레이, 그리고 HUD로 인포테인먼트를 구축했다. 최신 OS 적용은 물론 무선 폰 프로젝션을 지원한다. 센터페시아의 모든 기능을 통합했고, 센터페시아가 간소화되었다. 대신 인터렉션 바 형상의 무드등이 화려함을 더한다. 변속기는 토글 레버 타입, 센터 콘솔에는 I드라이브 다이얼을 유지한다. M 스포츠 패키지는 알루미늄 트리밍과 헤드라이닝, 그리고 M 레더 스티어링 휠이 추가된다. 시트는 베간자 가죽 소재로 통풍 기능까지 기본이다.

뒷좌석 공간이다. 밖에서는 벨트라인이 꽤나 가파르게 상승해 보였는데, 막상 실내 공간에서는 측면 개방감이 훌륭했다. 천정에는 넓은 면적의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가 적용되었다. 개방은 불가능하나, 2열 탑승객에겐 분명 여유를 더한다. 시트 포지션이나 높이, 레그룸 모두 적절한 수준이다. 편의 장비로는 측면 롤러 블라인드와 암레스트 컵홀더, 러기지 스크린, 그리고 2열 에어벤트와 독립 공조가 채택되었다. 리어 시트는 4:2:4 비율 3분할 폴딩이 가능하다. 전동 테일게이트는 당연히 탑재되어 있으며, 트렁크 공간 마감이 깔끔했다.

X3 20에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채택된다. 과급 장치로는 트윈 스크롤을 지닌 싱글 터보가 탑재되며,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약 11HP 수준의 출력을 보조한다. 그 결과 엔진 최고 출력은 190 HP, 최대 토크는 31.6Kg.M이라는 무난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기본적으로 뒷바퀴를 굴리나 X3는 전자식 AWD가 기본 적용되었다. 공차중량은 1950Kg, 공인 연비는 10.9Km/L로 인증을 받는다. 48V MHEV는 출력 보조나 연비 개선 효과도 있지만, ISG 작동 시 엔진 시동 감각을 부드럽게 개선해주기도 한다.

이전보다 크고 웅장해 보이는 덩치와 다르게 발진감이 경쾌해진 느낌이다. 기본 컴포트 모드에서는 부드럽고도 꾸준하게 속도계를 올려주는 편, 그에 맞게 8단 토크컨버터 변속기는 최고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이전보다 한층 사뿐히 나아가는 느낌에는 진동이나 소음 모두 적절히 억제되어 있음을 뜻한니다. 스티어링 감각도 약간의 묵직함을 지닐뿐, 일상 주행에 전혀 부담이 없는 수준으로 무게감을 조정했다. 스탠다드 서스펜션으로 조율한 하체도 패밀리카라는 목적성에 충실한 세팅이다.

방지턱이나 요철에서는 적절한 충격 흡수를 보여준다. BMW다운 깔끔한 리바운드 처리가 동반되는데, 아무렴 기본 세팅 SUV다 보니 어느정도의 흔들림은 허용한다. 댐핑 스트로크는 평범한 수준, M 스포츠 패키지라고 하여금 단단한 승차감을 기대하면 안된다. 편평비가 넓은 타이어도 부드러운 승차감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 데일리카 이자 패밀리카 그 자체로 우수한 성능이다. 그럼에도 BMW X3의 주행성을 매력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소위 쫀쫀하다고 표현하는 경쾌한 핸들링 감각이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조금 더 묵직해지고 엔진과 변속기 반응이 거칠어진다.

스티어링에 대한 반응이 예리하고 즉답적이다. 네 바퀴를 굴리지만 조향감은 안정적인 뉴트럴 타입, 타이트한 코너링에서 차체는 롤링을 허용하지만 그 복원력이 굉장히 빠르다. M 스포츠 패키지라고 하여 롤에 대한 저항성이 분명하길 원했다면, 많이 실망할 수도 있다. 다만 평상시 주행에서 보이던 부드러운 승차감을 생각하면 코너링에 대한 안정성과 회두성도 수준급이다.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최신 BMW가 그렇듯 스포츠 모드라도 사운드가 자극적이진 않은데, 패들 시프트 저단 부를 길게 누르면 활성화되는 '부스트' 모드가 흥미를 더해주는 요인이다.

제조사에서 발표한 제로백이 8.5초다. 실제 스포츠 모드나 부스트를 활용하더라도 제로백 수준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차량 자체의 응답성이 뛰어나다 보니, 출력에 대한 답답함이 존재하진 않는다. 그리고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의 차이보다는 컴포트와 에코 모드의 차이가 분명했다. 연료 소모량을 줄여 처음 느꼈던 경쾌한 반응보다는 묵직한 가속감으로 바뀌고, 탄력주행에서는 MHEV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주행거리를 늘린다. 에코 모드에서의 스티어링 세팅은 직접 변경할 수 있다.

고속 주행에서도 꾸준한 펀치력과 정숙성은 BMW의 명성에 부합하다. 적당한 수준의 풍절음만 유입되는 수준, 오디오를 들으면 묻히게 된다. X3에는 BMW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과 그립 감지 스티어링 휠이 기본 채택되었다. 때문에 장거리 주행에서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라운드 뷰 카메라를 포함하는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도 포함되는데, 전진 경로 200M를 기억하여 그대로 출차해 주는 리버스 어시스트나 자동 주차 기능 모두 적절히 활용하면 운전 피로도를 크게 낮추어 준다. 주행부터 기능까지 모든 부분이 편리해진 X3 풀체인지였다.

BMW의 X3 20 M 스포츠 패키지를 시승했다. 새로운 X3의 디자인은 전통적인 SUV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미래적이고 실용적인 성격이 분명하다. 또,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디자인이기도 하다. 의외로 날카로움이 있다. 실내 디자인은 이전 모델의 아쉬움을 모두 커버하는 부분, 시승하면서 느낀 편안함과 스포티함의 적절한 교차는 극한의 밸런스를 품은 SUV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차세대 X3는 일반적인 SUV보다도 정말 '실효적인' 실용성만을 우선 고려한 결과물 같다. SUV의 본질은 변질된 지 오래, BMW의 전략은 강한 설득력이 있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