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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엔트리 트림’ 시승기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등급을 시승했다. 이른바 '깡통'이라고 표현하는 그랜저의 엔트리 트림이다. 그랜저는 과거 부의 상징으로 통했을 정도로 고가의 차종에 속했던 준대형 세단이었다.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자동차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별도의 고급화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대중적인 선택지로 잔류하게 되었다. 부담 없는 가격대라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2023년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자동차로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해 2024년에는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판매 순위로는 실적이 많이 낮아졌지만, 세단 시장에서는 여전히 판매 1위를 기록한다. 현재 2025년에도 아반떼와 1위 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추이를 보인다. 전체 판매량에서는 기아의 RV 라인업이 우위를 점한다. 아울러 그랜저는 일반 가솔린보다도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준대형 세단은 아무리 차값이 저렴하더라도 유류비나 자동차세 측면에서 부담감이 생길 수 있는데, 하이브리드는 높은 효율과 낮은 배기량으로 유지 부담을 덜어준다. 함께 승차감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겠다.

결국 그랜저도 '가성비' 명목의 자동차로 선택받을만한 차종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엔트리 트림 '프리미엄'은 4354만 원부터 가격이 시작되지만, 기본 포함되어 있는 편의장비가 하위 모델의 상위 트림 수준과 같다. 그렇다 보니 최상위 트림 '캘리그래피'는 기능보다도 마감 소재나 디자인 등 CMF 위주의 옵션이 더해지는 형식이다. 오직 실내 공간의 기능과 크기만을 따져본다면 깡통 사양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 이번 시승 차량은 기본 프리미엄 등급에 '선루프'만 추가된 모습으로 그 성능을 평가하기에 적합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기본적으로 그랜저 베이스 모델과 동일하다. 현대차의 최신 패밀리룩으로 적용되는 '심리스 호라이즌' DRL과 분리형 헤드램프,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 면적이 특징이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그랜저의 차체를 더욱 넓고 낮아 보이게 유도한다. 그랜저는 기본 등급이라도 프로젝션 타입 풀 LED 헤드램프가 탑재되어 있다. 방향지시등인 DRL에 통합된 모습, 이런 디자인 구성은 중간 등급 '익스클루시브'도 같다. 최상위 등급과 비교하자면 전면 그릴과 범퍼를 장식하는 크롬 색감이 다소 가벼운 인상을 남기긴 한다.

측면 디자인이다. 기본 휠 사이즈는 18인치로 채택되었고, 하이브리드가 아닌 일반 가솔린 사양도 동일했다. 18인치 휠이면 절대적으로 작은 사이즈는 아니다. 다만 그랜저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작은 세팅으로 보인다. 그래도 정교하게 가공된 휠 스포크 디자인 덕분에 스탠스가 크게 아쉬워 보이진 않다. 휠을 제외하면 기본 등급이라고 하여 디자인적인 결점이 존재하진 않았다. 7세대 그랜저는 도어 개방 시 전개되는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이나, 프레임리스 도어, 넓은 면적의 오페라 글래스 등 고급스러움을 더해주는 디자인 요소들이 첨부된다.

후면 디자인 역시 옵션 누락에 의한 차등은 없어 보였다. 얇은 수평 형태로 배치된 테일램프는 LED 기반일 수밖에 없고, 큰 특징이 없는 범퍼 디자인은 모든 등급이 같다. 참고로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은 범퍼 중심부의 검은색 띠 부분에 통합되어 있다. 캘리그래피 등급과 비교했을 때,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나 순차 점등식 턴 시그널이 빠진다는 차이점 정도가 있다. 아무래도 최상위 등급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질 수 있어서인지, 현대차는 캘리그래피에서만 선택 가능한 '블랙 익스테리어 패키지'나 '블랙잉크' 등급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2026년형 부터는 '아너스' 등급 선택으로 블랙 익스테리어를 추가할 수 있다.

실내 공간이다. 그랜저는 프리미엄부터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내비게이션 스크린이 기본 제공된다.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과 알루미늄 마감, 브라운 컬러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깡통 모델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만약 옵션을 추가한다면 센터페시아의 공조 조작계를 터치스크린 타입으로 변경할 수 있다. 하나, 기본 디자인도 나쁘지 않고 물리 버튼만의 직관성도 장점이긴 하다. 기어 레버를 칼럼 타입으로 옮기며 센터 콘솔이 간소화되었고,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은 1세대 그랜저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라 한다.

참고로 2026년형부터는 1열 통풍 시트와 전동 트렁크까지 기본화되었다. 2025년 형까지는 1열 인조가죽 시트에 열선 기능만 기본이었고, 통풍 시트는 디지털 키와 묶인 '프리미엄 초이스' 패키지를 선택했어야 했다. 운전석은 8방향 전동 조작과 럼버서포트까지 마련되어 있다. 그 외 기본 등급의 편의 기능으로는 버튼 시동과 듀얼 풀 오토 에어컨, 레인센서, EPB, 하이패스, 후방 카메라, 8스피커 정도가 탑재된다.기본 옵션 구성만으로도 불편함은 느끼지 못할 수준,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지식으로 손을 대기만 해도 ADAS 작동이 유지된다.

시승 차량은 추가 옵션으로 파노라마 선루프만 선택되어 있다. 선루프만 있어도 실내 개방감이나 고급감은 큰 폭으로 나아진다. 또, 오직 가성비라면 없어도 무관한 옵션이긴 하다. 2열 공간은 시트 열선과 충전 포트, 에어벤트, 암레스트 컵홀더가 기본 편의 장비로 구성되어 있다. 무난한 편의성, 대신 전륜구동 대형 세단의 넓은 공간 자체가 장점이다. 가격 대비 2열 공간의 여유로움은 경쟁자가 없을 수준이다. 트렁크 역시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매트 아래 잔여 공간에도 트레이가 적용되어 있다.

그랜저는 판매량이 높은 모델인 만큼 엔진 선택지가 다양한 편이다. 직렬 4기통부터 6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6기통 LPG, 마지막으로 이번 시승 차량과 같은 1.6 터보 하이브리드 차량이 있다. 2.5 가솔린 대비 시작가격은 하이브리드가 약 500만 원가량 높지만, 공인 연비가 거의 70%가량 증가한다. 또, 각종 세제 혜택과 배기량 기준에 따른 자동차세, 잔존가치 등을 감안하면 주행 거리에 따라 최고의 가성비는 하이브리드에 있는 셈이다. 특히 기본 프리미엄 사양에 제공되는 18인치 휠로는 동급 최고 수준의 공인 연비 인증을 받게 되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80Hp, 최대 토크 27Kg.m의 출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병렬 하이브리드 모터는 44.6Kw의 출력을 발휘하며, 합산 최고 출력은 230Hp 수준이다. 6단 자동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제어 유닛과 맞물리며, 결과적으로 18Km/l 수준의 높은 연비를 인증받았다. 참고로 그랜저 하이브리의 공차중량은 약 1.7톤에 달하는데도 극한의 효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행 측면에서 '캘리그래피' 와 '익스클루시브' 등급은 20인치 휠과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선택이 가능한데, 기본 등급은 불가능했다.

하이브리드의 부드러운 가속감과 정숙성은 강점이 된다. 특히 그랜저의 묵직한 차체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움을 제공한다. 배기량 대비 차체가 무겁지만, 초반 가속을 전기 모터가 대부분 담당하기에 부밍음이 억제될 수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주행모드는 에코와 스포츠, 그리고 스마트로 구분되었다. 에코 모드에서는 전기 모터 개입이 가장 적극적이며 조용하다. 또, 패들 시프트의 역할이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기능으로 변경된다. 중간중간 엔진 개입과 소음은 느껴볼 수 있지만, 오디오를 켜고 의식하지 않는다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조용해졌다.

아울러 18인치 휠 타이어 세팅은 승차감이 정말 편안하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은 적절히 감쇄해 주고, 고속에서는 묵직한 차체 중량으로 억누르는 느낌이 안정감을 제공해 주었다. 코너링 감각이 둔감하긴 하지만, 휠 타이어의 세팅보다는 그랜저의 밸런스 자체가 항속주행과 편안함에 초점을 둔 것이다. 스티어링 휠 강도도 동급 세단에 비해서는 가벼운 편이다. 대신 스포츠 세팅으로 무게감을 높일 순 있다. 정리하자면 차량 자체가 컴포트 세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니, 깡통 모델의 18인치 휠은 주행 측면에서 오히려 만족감을 더해준다.

에코 모드는 뛰어난 효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신 급가속 시 엔진 반응과 개입이 느려지기에 순간의 가속력과 정숙성은 떨어졌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이 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패들 시프트로 기어 단수 조작이 가능해진다. 평소 주행에서도 전기모터가 담당하는 초반 가속에는 답답함이 없었다. 대신 탄력이 붙은 이후 펀치력은 다소 저하되는 느낌이 있는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욱 강력한 가속감을 느껴볼 수 있다. 단, 주행 반응성 자체가 즉답적이진 않다. 탄력이 붙는 순간까지 딜레이가 있어 높은 출력이 온전히 가해지진 않는다.

아무렴 답답함은 느껴볼 수 없는 가속력이다. 특히 하이브리드는 고속보다도 도심 주행에서의 승차감과 효율성에 큰 이점이 있는 셈이다. 그랜저는 기본 제공되는 ADAS 장비 수준도 훌륭했다. 전방 충돌 방지 및 차로 이탈 방지, 운전자 주의 등 경보 장치가 기본이다. 또, 차로 유지 보조 2와 정차 후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으로 시내 주행에서도 편리하게 ADAS 장비의 도움을 받는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하이브리드 주행,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시스템은 특히나 출퇴근 막히는 도로에서 주행 피로를 대폭 낮춰주었다.

위 모든 기능을 갖춘 채로 출시된 그랜저 하이브리드 깡통 등급이다. 개인적으로는 차체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서라운드 뷰 카메라 정도 추가하고 싶었다. 단지 가격 대비 승차감에 대한 만족감을 따져본다면, 선택 사양이 없는 그랜저 프리미엄 등급의 가성비가 가장 훌륭하겠다. 전면 그릴 패턴과 색감만 조금 더 단정했다면 디자인은 훨씬 고급스러워 보였을 것 같은데, 그래도 조명 장치에 대한 차등은 없다 보니 외관상 부족함도 크지 않아 보인다. 18인치 휠 디자인도 전체적인 차체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엔트리 등급을 시승했다. 디테일이 다소 아쉽지만, 그랜저의 거대한 덩치 자체가 존재감을 갖추고 있다. 또 인테리어는 풀스크린 기본 탑재를 통해 세련미를 확보했다. 18인치 휠로 세팅한 승차감은 나름대로 플래그십 세단만의 묵직함과 편안함이 있다. 하이브리드라 시작가격이 높긴 하지만, 주행 중의 정숙성과 효율성은 오랜 기간을 소유할수록 만족도가 높아질 것 같다. 상위 트림과 비교하자면 옵션의 부재가 아쉬울 수는 있다. 하지만 옵션을 포기할수록 '가성비'가 강조된다는 사실이 만족감을 더해줄 것이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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