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40 페이스리프트 B4 AWD Ultra Bright 등급을 장기간 시승했다. 전기차 산업이 확대되기 시작했던 2010년 후반대, 그 이전의 자동차 시장을 대변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떠올리자면 'CUV'가 아닐까 싶다. CUV란 SUV와 세단의 장점을 혼용한 'Crossover' 형태의 유틸리티 자동차를 의미하는데, 당시 레거시 브랜드들은 SUV의 대중화와 소형화를 위해 많은 투자를 감행한 바 있다. 동급 소형차에 비해 시장에 대한 범용성이나 수익성 모두 유리한 입지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유리했다. SUV는 안전하다는 대중의 인식과 더불어, 컴팩트한 차체에도 넉넉한 실내및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비포장도로에 대한 대응도 편리하다. GDP상승과 함께 여가활동에 편리한 RV차량의 인기도가 상승한다는 건 인과관계가 분명하기도 했다. 즉, 기업에게는 높은 수익성과 시장성을 가져오,며 소비자에게는 가격대비 더욱 큰 효용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볼보의 엔트리 세그먼트는 'V40'이라는 소형 해치백이 담당해왔지만, 2016년 시장다각화를 위한 '40.x' 콘셉트 카를 공개한 뒤 2017년 'XC40'을 공개하게 된다.
XC40은 CUV 장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2018년도 유럽 올해의 차' 수상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성공적으로 데뷔한 바 있다. 원래 북유럽 태생의 볼보는 기능주의 철학이 확고한 기업이었고, 실용성을 대목으로 하는 SUV산업에서의 잠재력은 높았다. 함께 CUV에 요구되는 도심지향적인 승차감이나 디자인을 갖추며, 오직 '인간'의 사용성을 중심으로 하는 지금의 기업 가치를 정립해온 셈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던 XC40은 2022년 3분기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출시했고, 디자인 변경과 인포테인먼트 업데이트 등 상품성을 보강하여 돌아온다.
XC40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세련된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CUV 시장은 MZ세대 소비층도 두꺼운 만큼 스타일링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시승 차량은 ULTRA 등급으로 고광택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이 채택되었다. 세로줄을 각인하는 얇은 크롬 마감이 고급감을 더하며, 역슬렌트 형상으로 기울기를 가해 전체적인 입체감을 키웠다. 헤드램프는 픽셀 LED 방식, 페이스리프트 이후 커버 형상이 쐐기형태로 예리하게 다듬어진다. 내부의 'T'자 형 그래픽은 볼보의 아이덴티티를 보전한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범퍼 형상은 보다 간결해지면서 모던한 인상을 남긴다.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느끼는 부분은 보닛 형상에 따른 '파팅라인'이다. 일반적인 차량들과 다르게 엔진룸 전체를 덮어버리는 '클램셸' 디자인을 택하며, 보닛의 분할선이 헤드램프나 1열 도어에 자연스레 연결된다. 그런 세심함의 차이로 인해 화이트 계열의 밝은 색상도 XC40은 잘 소화해 낸다.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는 SUV의 개성을 각인하며, 벨트라인 시점과 루프라인은 비교적 안정적인 형태를 보인다. 대신 C필러 형상이나 글래스 부근 경사를 주어 세련미를 보강했다.
휠은 ULTRA 전용 사양으로 19인치의 넉넉한 크기를 갖춘다. 두꺼운 Y스포크 형상으로 전면가공이 더해져 XC40의 전반적인 간결한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뒷모습은 기존 V40처럼 버티컬 타입 테일램프를 계승했다. 누가 보아도 볼보다운 모습, 간결한 테일게이트 형상과 레터링 엠블럼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전폭대비 전고가 높은 편인데, 플라스틱 범퍼 아래에 은색 스키드 플레이트 마감을 더해 밋밋함을 덜어냈다. 차량에서 느껴지는 전반적인 입체감과 볼보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1세대 CUV라고 하기에는 정말 완성도가 높은 모습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전체적으로 볼보의 상위 세그먼트와 레이아웃은 동일했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기본 탑재되었고, 약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로 인포테인먼트를 제공한다. 볼보 코리아 자동차가 강조하는 한국형 Ui는 T맵 내비게이션과 음성인식 제어 기능, flo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본 탑재한다. 보통 터치 조작은 안전과 반비례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음성인식 기능은 공조장치 같은 차량 제어기능까지 동작 가능했다. 1열 독립 공조와 에어 클리너, 운전석 메모리 기능, 1열 컴포트 전동 시트와 열선 탑재를 통해 편안한 탑승감을 더한다.
소재와 마감 품질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이 동급 SUV에 비해 훨씬 크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드리프트 우드 데코로 꾸며져있고, 도어트림의 경우 직물 소재로 트리밍 마감까지 더해져 있다. 야간에는 은은한 무드램프가 고급감을 더해주기도 했다. 시승 차량과 같은 Ultra 등급에는 블랙 하이그로시 센터 콘솔 마감과 함께, 오레포스사의 크리스탈 기어레버까지 적용된다. 기어레버에는 알루미늄 데코까지 더해져 조금 더 정교한 분위기, 센터 콘솔의 공간 배치도 편리했다. 600Kw급 13스피커로 구성된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도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중 하나다.
2열 좌석이다. CUV치고는 예상보다 안락한 공간을 보여준다. 특히 타이트한 공간에 시트포지션을 효율적으로 구현했다. 상위 모델보다는 시트 안장이 좁은 대신 레그룸을 넓혔고, 대신 포지션 자체를 높이며 탑승감을 개선한다. 실내에서 보면 루프를 아치 형태로 구성하여 개방감을 확보했으며,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탑재되어 시야도 넓혀진다. 편의장비로는 에어벤트와 시트 열선, 암레스트 컵홀더가 제공된 모습이다. 전동 트렁크와 러기지 보드도 기본 구성, 예상보다 넓은 적재용량을 보여주는 트렁크는 바닥 매트 아래에도 활용할 만한 공간이 남아있다.
소형 SUV치고는 차고와 포지션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된다. 두꺼운 무게감이 느껴지는 도어나 실내 마감 모두, 체급 이상의 견고함을 제공해 준다. EV를 제하면 XC40은 B4 AWD트림 단일 등급으로만 판매된다. BISG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기본, 48V시동모터 덕분에 엔진 점화가 상당히 부드럽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아이들링 상태의 정숙성도 수준급인데, 의외로 실외에서 듣는 엔진 소음은 예상보다 큰 편이다. 엔진 자체의 부드러움보단 실내 방음과 방진 성능에 비중을 둔 느낌이다. 전자식 기어레버의 변속감은 정말 고급스럽다.
B4 MHEV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싱글 터보가 과급을 담당한다. 그에따른 최고출력은 197Hp, 최대토크는 30.6Kg.m이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방식, 동급 SUV들과 다르게 전륜기반 AWD가 표준 사양이다. 각종 주행장비를 탑재하다보니 공차중량은 1745Kg으로 다소 무겁다. 그에따른 공인연비는 10.3Km/l로 인증을 받았고, 제조사에서 발표한 제로백은 8.5초 수준이다. 별도의 엔진 모드는 제공되지 않으며, 총 2단계의 핸들링 무게감 조절과 오프로드 모드를 지원했다. 구동력을 최대 50%까지 뒷바퀴에 전달할 수 있다.
발진감은 정말 부드럽다. MHEV가 적극적으로 주행에 개입하진 않지만, 엔진 스탑&고와 초반 RPM상승을 매끄럽게 보정해주는 느낌이 있다. 그에따른 엔진 소음도 절절히 억제된 편이다. 그래도 차체 중량이 높은 편이다보니 오르막이나 급가속에서는 부밍사운드가 유입되는 모습인데, 그 사운드가 의외로 중후하고 날카로운 음색이다. 소음이지만 크게 불쾌하지 않다. 또, RPM전개에 따른 진동도 거의 유입되지 않는다. 도심주행이나 일상용도로 적합한 세팅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다. 실제 도심 연비도 11km/l 이상을 가볍게 기록했다.
급가속이나 고속에서의 발진감도 꽤나 즉답적인 편이다. 특히 AWD시스템이 기본 적용인 부분은 정차상태에서 급가속을 진행해도, 휠슬립이나 토크스티어 현상을 적극적으로 억제해 준다. 느껴지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한 수준이다. 응답성이 민첩하진 않더라도 두터운 토크감으로 중후반 가속이 강한 편이다. 고속 영역에서도 막힘없는 가속력을 보여준 것이다. 8단 토크컨버터의 세팅은 응답성보단 부드러움에 명확한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추월가속이나 일상속 가속성능이 요구되는 시점에는 넉넉한 토크감으로 밀어준다.
기본 스티어링 세팅은 가볍다. 묵직하게 설정을 하면 무겁다 싶은 수준은 아니지만 기본과 확실한 차이는 있다. 보통 일상용도로는 가벼운 세팅이 적합할 것이다. 다만 XC40의 섀시가 예상보다 단단한 편이라 무게감을 높이는게 이질감은 덜했다. XC40은 지리 자동차 그룹의 CMA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는데, 후륜 현가가 세미 트레일링 암 기반의 멀티링크와 코일 스프링으로 세팅된다. 동급 대중형 CUV보다는 확실히 정교한 승차감을 추구하고, 안정적인 주행성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XC40은 동급 해치백에 비해 무게중심이나 포지션이 다소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쇽업쇼버의 감쇠력이나 휠 스트로크 자체가 짧다보니 동특성은 승용차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노면 소음은 없지만 요철을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소 단단하며, 리바운드가 거의 없다. 방지턱을 넘는 감각도 약간의 충격이 오지만 흔들림이 바로잡히는 모습, 흔히 '부드럽다'고 표현할 수 있는 승차감은 아니지만 그만큼 고속안정성이나 코너링 성능이 개선된다. 특히 소형 SUV라 하면 고속에서의 불안감이 생길 수 있는데, XC40은 속력을 올릴 수록 뚜렷한 안정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고속주행에서는 각종 주행보조 장치에 의한 편리한 주행이 가능하다. 볼보가 추구하는 '안전'에 대한 타협 없이, 상위 차종들과 대등한 수준의 ADAS가 탑재되어 있다. 우선 정차후 재출발을 지원하는 2.5레벨 수준의 파일럿 어시스트는 정확도가 높다. 각종 사각지대및 추돌 경보,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장비가 조율된다. 아울러 Ultra 등급에는 360도 카메라와 주차보조 센서가 탑재되어 있다. 차체가 아담한 편이라도 SUV인 만큼 사각지대가 늘어날 수 박에 없는데, 풍부한 첨단 장비들이 안전을 더해주었다. 항속주행 연비는 14km/l 후반대.
절제미가 느껴지는 XC40의 디자인은 강한 이끌림보단 차분함이 매력이다. 과시적이진 않지만 확실한 고급스러움, 그리고 특징은 확실하지만 스타일을 강요받는 인상이 없다. 때문에 누구에게든 잘 어울리는 소형 SUV가 될 수 있겠다. 그 차분함 속에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반겨주기도 한다. 필요한 편의장비는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 기어레버나 스피커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별성은 확실했다. 4인이 탑승해도 무리가 없는 실내 공간과 넉넉한 용량을 품은 트렁크까지 세단을 포기하고 선택할 가치는 충분하다.
볼보 XC40 B4 AWD를 장기간 시승했다. 익숙하지만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SUV의 이점을 극대화한 거주 공간, 그리고 아담한 차체에서 느껴볼 수 있는 안정적인 승차감이 매력이었다. ULTRA등급은 편의장비도 넉넉한 수준이다. 보통 엔트리 세그먼트의 수입차량들은 가격 대비 편의성이 아쉬울 수 밖에 없는데, 소형 SUV로 돌아온 XC40은 그야말로 '매스티지'성향의 정석이었다. 적당한 화려함과 특별함을 품고서, 사치스러움을 덜어낸다. 타면 탈수록 더 만족도가 높아지는 차량이라 느꼈다. 이는 XC40의 높은 완성도를 반증한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