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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센터' 돈낭비라고? '공짜 코스'도 있다! (내돈내산 HMG 경험기)

HMG 뭐? 드라이빙 뭐?

HMG? OMG? 이름이 좀 깁니다. 사실 저도 제 블로그에 이 항목만을 위한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지도 몰랐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포스팅하게 될 줄도 몰랐습니다.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아직 현대에서 운영하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운전 경험'에 참석하기도 전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열을 올리면서 글을 쓰는 이유는 이래저래 간접 경험이 있고 꼭 여러분이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운전을 잘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자동차 문화에 참석해보시길 독려하기 위함입니다. 왜냐? 이래저래 도움이 많이 되고, 재미있습니다.

현재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충남 태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명칭은 'HMG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로 쓸데 없이 길고 난해해 보이지만 풀어 써보면 '현대자동차그룹 운전 경험'입니다. 촌스러워도 이게 맞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자체에 레이싱을 위한 트랙 자체가 잘 없었습니다. 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과시용이거나 그저 굴러만가면 되는 것이라는 것에서 탈피하는데 수십년이 걸렸고 여전히 진행 중 입니다.

그나마 트랙의 역사를 보면 용인과 태백 정도가 유명했고 나머지는 전무하다가 갑자기 2010년에 F-1 그랑프리를 개최하게 되면서 머나먼 전남 영암에 트랙이 들어섰죠. 우리나라 유일의 인터내셔널 서킷입니다.

그 때 저는 마샬(=운영진)로 참가를 했었고 그때 함께 했던 분들이 떠오릅니다. 비도 많이 왔고 하루종일 그늘도 없는 곳에서 쭈그려 앉아서 덜덜 떨면서도 끝내 경기를 잘 마무리 했었습니다. (다들 잘 계시죠? 군산에서 횟집하시면서 세발낙지를 트랙으로 가져다주신 사장님, 못 잊어요. 연락주세요.)

그러다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영종도에 BMW의 드라이빙 트랙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전을 해서 '트랙'이라는 것 자체를 처음 도전해보게 된 것이 BMW의 드라이빙 센터였죠.

이때 미니 고성능 모델인 JCW를 타보면서 팝콘 사운드(=후연소)가 꼭 그렇게 욕을 먹어야만 하는게 아니고(=시기적절하게 사용한다면) 그동안 내가 하던 운전은 '객기'였으며 풀브레이킹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8세대 쏘나타 N라인 시승행사를 태백에서 개최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 초대받아 N라인을 타고 짐카나(=공터에 꼬깔을 세워두고 빠르게 주파하는 미니 경기)도 해보고 줄줄이 서서 트랙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은건지 트랙에 들어설 때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주행을 하게 되는 환경이었고 이는 심심한 우리네 삶에 아주 오랜만에 느낄 수 있는 아주 정확한 아드레날린 증폭제가 되더군요. 그것도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말이죠.


가서 뭘 얻으라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제 돈쓰러'가는 겁니다. 현대에서 아무런 지원도 초청도 없고 그렇게 해서는 제가 원하는 것을 날 것 그대로 담기도 힘듭니다.

어떻게 보면 저렴하게 보일 수도 있고 어찌보면 '그돈씨'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저는 올 해 안에 최대한 다 담아보려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당장 2주 후면 토/일 1박 2일 일정으로 레벨1과 레벨2를 수료하게 될 예정이니 말이죠.

여기까지 읽다보면 '나는 운전을 잘 못하니까'하는 생각에 마음을 접으려는 분이 분명히 계실 것 같은데 그런 분들께는 저는 적어도 '레벨1'은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

전진과 스티어링 휠 돌리기, 가속 패달과 브레이크 패달을 밟을 힘만 있으면 그냥 인스트럭터(=숙련된 조교)가 무전으로 시키는대로만 하면 됩니다. 오른쪽 왼쪽이 헷갈릴 정도의 정신 상태만 아니라면 솔직히 위험하기도 어려운 환경이고 다만 함께 교육 받는 분들과 실력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나서 교육 운영이 힘들 정도라면 약간의 눈치는 받을 정도가 다 입니다. (뭐! 어쩔! 나도 똑같은 돈 내고 왔..!!)

정작 도로에서 높은 확률로 마주할 수 있고 딱 한 번의 상황으로 우리네 생과 사가 갈릴지도 모르는 일이 생길 때 사람의 행동으로 나오는 것은 '이성'과 '생각'이 아닌 '본능'과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배테랑 운전자라고 하는 분들은 정말 제가 리스펙하기도 하지만 그런 분들 중 실제로 자동차의 브레이크 패달을 끝까지 밟아본 분들이 잘 없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레벨1만 경험해봐도 이러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내 차가 아니고 내 차보다 비쌀지도 모르는 그런 차'로 말이죠. 급가속, 급정거를 한다고 혼낼 사람도 없습니다. 오히려 더 과감하게 하라고 독려를 할지도 모릅니다.

BMW 드라이빙 센터의 경험이긴 하나, 뇌리에 아주 강하게 박힌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그날 저 혼자였는데.. 풀브레이킹을 해야 하는 위치를 선정해두고 1차 시도로 시속 30km/h로 가다가 제동을 해보고 2차 시도로 시속 60km/h로 가다가 제동을 해보는 아주 단순한 일이었죠.

그렇습니다. 운동에너지는 ½*m*v²이니 속도가 2배라면 에너지가 제곱비례하니 어쩌고 저쩌고 의무교육만 받아도 다 알 수 있는(=진짭니다. 배웠습니다. 기억을 못할 뿐) 그런건데 다 필요없고 그걸 '몸으로 경험'해봐야 합니다.

2차 시도에서 당연히 제동 거리가 늘어날 것은 알고 있지만 휠이 꽉 물린 상태에서 아까보다 훨씬 더 꿈틀꿈틀 밀려가는 그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상상'으로 아는 것과 '경험'으로 하는 것은 정말이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었고 그 다음부터는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자연스럽게 늘리게 되더군요.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오히려 저는 겸손해질 수 있었고 내 차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더 예민하고 느낄 수 있었고 결국 더 안전해질 수 있었으며 '자동차' 그리고 '운전'이라는 행위에 있어 조금은 더 제 주관이 생겼습니다. 그러니 제 통장 잔고 털어가면서 하는 이 경험을 이토록 거품물고 여러분도 해보라고 떠들어대는 것이죠.

2023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한 눈에 살펴보기

글을 쓰다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한 눈에 살펴보고 난 다음에 하나씩 구체적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진짜로 한 표로 다 정리를 해봤습니다. 이걸 보고나면 아래에서 헷갈릴 수 있는 용어들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죠.

일단 이 프로그램은 거대한 두 카테고리로 분류가 됩니다. 본격적으로 트랙 주행을 위한 교육의 여정인 '익스피리언스'가 있고 말 그대로 짧지만 강렬한 경험을 위한 '플래저'가 있습니다.

익스피리언스는 레벨1~3, N모델을 가지고 트랙을 공략하거나 후륜구동인 G70으로 드리프트를 배우는 것이 주요 교육의 방향이고 하위 레벨을 수료 또는 합격 해야만 그 다음으로 나갈 수 있으며 비교적 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예를들어 가장 비싼 차량의 레벨만 골라서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N마스터까지하게 된다면 195만원을 지출해야 합니다.

짧게는 2시간, 길게는 7시간 넘게 해야하는 익스피리언스가 부담스럽고 시간 내는 것이 한정적이신 분들은 전문가가 태워주거나 비교적 저렴하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여러 차량들을 경험해볼 수 있는 '플래저'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겁니다.

현대/기아/제네시스 차이

익스피리언스에 보면 동일하게 레벨1/2/3으로 구분이 되는데 현대/기아/제네시스로 구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교육 내용은 거의 다 비슷합니다만 당연히 제조사별로 교육에 사용되는 차량들이 달라집니다.

2023의 경우 현대는 아반떼N라인/아반떼N, 기아는 EV6 GT라인/GT, 제네시스는 G70 2.0T/3.3T로 구분이 되고 제조사 내에서의 차량은 교육의 레벨에 따라 다른 차량이 제공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동일한 레벨이지만 제조사가 달라지면 교육비도 살짝 달라집니다. 제조사별로 진행되는 교육 과정을 한 눈에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 현대의 경우 레벨1에서만 1.6리터 터보 엔진이 들어간 N라인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아반떼N 또는 레이싱을 위한 추가 튠업이 된 R-tune 차량을 사용하게 됩니다.

참고로 기아는 없지만 제네세스에서는 레벨3 이상의 코스가 있는데 전륜구동에 트랙 주행에 최적화되어 있는 N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트랙 주행을 위한 코스가 2단계 더 이어지게 되어 있고 제네시스는 방향성이 다르게 됩니다.

제네시스는 후륜구동 기반 차량인 G70이 있으므로 N이 할 수 없는 '드리프트'가 가능하니 교육의 내용이 트랙 주행이 아닌 드리프트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레벨3을 넘어서는 드리프트 교육을 2단계로 나눠서 진행하게 되는 것이죠.

참고로 N어드밴스나 드리프트1의 경우 레벨3만 가지고 있으면 교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료만 하시면 되지만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N마스터와 드리프트2는 앞선 단계를 합격해야만 할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처도 올 해 처음으로 프로그램에 도전을 하게 되면서 첫 예약에 실패를 했기에 처음에는 레벨 1,2를 기아의 것으로 예약을 했었습니다. 물론 내연기관보다 뛰어난 출력인 EV6이긴 하지만 저는 '덜덜 거리고 시끄러운 엔진음과 배기음'이 그리워 결국 제네시스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현대의 N 차량들의 인기가 많기 때문에 예약을 하실 때 다소 치열할 수 있다는 점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전기차만 있는 기아는 비교적 경쟁이 낮아 예약하기가 수월합니다. 다만 교육비를 보면 레벨1에서는 현대/기아가 동일하게 가장 저렴하지만 레벨2는 제네시스/기아가 각각 24만원으로 현대보다 6만원 비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출력 모델인 EV6 GT와 G70 3.3T를 사용하게 되면서 분명히 비싼 뒷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를 상당히 마모시킬 것이기 때문에 더 비싼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기아 레벨2를 보면 현대/제네시스에는 없는 '고속주회로' 코스가 들어가 있다는 점 입니다.

이게 단순히 표기 오류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만약에 실제로 고속주회로가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면 현대보다 6만원 비싸다는 것에 있어 위안이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각 제조사별로 대표되는 SUV 차량을 가지고 90분 동안 다양한 오프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코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suv가 이제는 그저 얌전하게 도심에서 사용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막상 내 차로 오프로드를 가야하면 뭔가 걱정이되서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죠.

그러나 최소 4만원에서 최대 6만원만 내면 총 6가지 차량들 중 하나를 골라 다양한 환경에서 오프로드를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도심에서는 절대 경험 못하는 오프로드는 해본 사람만이 아는 꽤나 짜릿한 경험이 될 겁니다. 군복무할 때 강제로 몇 번해봐서 잘 압... 넘어가겠습니다.

브랜드별로 섞여도 돼?

앞서 익스피리언스는 하위 레벨을 수료해야 상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분명히 저와 같이 '레벨을 교차해서 수료해도 되는지' 궁금하신 분들 계실겁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 해 운영사측에 문의를 했던 내용을 공유드리자면 예를들어 '현대 레벨1→기아 레벨2→제네시스 레벨3' 이렇게 수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N어드밴스→N마스터, 드리프트1→드리프트2'는 교차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알고 계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꼭 '비싼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아무도 강요하진 않았지만 운전부심이 있는 분들의 집합체 같은 곳이다보니 뭔가 본격적으로 레벨을 올리는 '익스피리언스'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경험'에 초점을 맞춘 플레저를 보면 택시 드라이브, 테스트 드라이브, 주니어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투어, 시닉 드라이드로 아주 다양하게 구분이 되어 있고 세부 항목으로 들어가게 되면 꽤나 즐길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굳이 나는 트랙 주행과 같이 꼭 달려야만 할 이유가 없다는 분들이지만 따로따로 시승하려면 귀찮고 고생스럽지만 렌터카로 쉽게 접하기 힘든 특수한 차량(ex: 아반떼N, 아이오닉6, EV6 GT, G70 슈팅브레이크)을 두루 경험해보고 싶다는 분들은 10만원에 150분 동안 이 모든 차량을 타볼 수 있는 '테스트 드라이브'를 선택하시는 것도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심지어 '무료'도 있어요.

'다 좋은데 요즘같은 불경기에 굳이 돈을 쓰고 싶진 않아'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남의 돈'으로, 즉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현대 드라이빙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무료인 것만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HMG 주니어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 (80분) 주니어 공학 교육, (40분) 드라이빙 체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투어
: (20분) 센터 구경, 운전도 다 해줌

HMF 시닉 드라이브
: (2023.04.04 기준, 120분) 최대 동승객 3명 태우고 내가 7세대 신형 그랜저 운전해서 센터 주변을 마음 껏 돌아다니는 체험

이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 아이들은 주말마다 심심하다며 아우성 치는데 지갑을 보면 한숨이 나오시는 분들이라면 이 세 프로그램만 경험하셔도 하루는 그냥 지나가게 될 것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코스의 순서는 가장만 하다면 가장 먼저 센터 투어를 20분 동안 하고난 뒤 80분짜리 주니어 교육에 애들을 넣어두고 부모님은 커피 한 잔하며 쉬시다가 마지막으로 2시간 동안 풀옵션 그랜저에 온 가족이 탑승해서 센터 일대를 둘러보는 것이죠. 그러면 하루가 끝납니다. 교통비와 밥값/커피값만 필요하죠. 어때요?

닫는 글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 중 3위에 올랐다는 이야기 들으셨나요? 판매량 기준이고 23년 3월 기준이니 제게 아무런 도움이 안될지 몰라도 그래도 일단 우리나라 브랜드가 그랬다니 반가운 건 사실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미 오래 전에 세계 랭킹 5위를 찍은 현대자동차가 BMW보다 드라이빙 센터를 국내에 늦게 만들었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고 오히려 BMW가 고맙게 느껴질 지경이긴 하지만, 그래도 과거는 과거일 뿐. HMG가 지난해 9월에 오픈했으니 소비자들은 이제 즐기고 배우고 경험하실 기회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마이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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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ride@encar.com

내 차 정보, 마이라이드 블로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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